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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익명의 기부천사가 던져주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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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5-01-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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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에서 매년 1천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해온 얼굴 없는 천사가 있어 화제다. 이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는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11시40분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노신사가 경주시 동천동 경주시청 별관 2층에 있는 경주시장학회 사무실로 들어왔다.
 노신사는 부랴부랴 장학회 사무실로 달려온 담당공무원에게 "큰 돈은 아니지만 인재양성에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기부행위는 매년 1월 초순이나 중순에 어김없이 장학회사무실을 찾아 이뤄졌다. 신분이라도 밝혀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거절했다. 대화과정에서 노신사는 "내가 교육계에 종사하다가 퇴직을 했는데,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마음 놓고 학업에 열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인재양성에 한마음으로 동참할 때 희망찬 경주의 미래를 열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장학금 1억원 기부를 목표로 앞으로도 계속 기부활동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신사와의 짧은 대화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이 돈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며 지역사회가 인재양성에 한마음으로 동참해야 경주의 미래를 열수 있다는 점이다.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아서가 아니라 이 노신사는 지역의 발전을 위한 지름길이 교육과 인재양성에 있다는 혜안을 가진 분으로 짐작 할 수 있다.
 노신사가 염원하는 '경주의 미래'를 위해서는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주는 지난 50여년 동안 인재양성에 게을리 했다. 그 나마 배출된 인재도 고향 경주를 위한 노력과 결집에는 관심이 없고 '제팔 제 흔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인근 포항과 울산 등은 대도시로 발전했고 경주는 문화재와 자존심 타령만 하다가 오늘날 핵쓰레기장을 유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선조들이 이뤄놓은 삼국통일의 위업에 먹칠을 하는 우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가 처한 현실은 우리 스스로의 자화상이다.
 외지인들을 배척하고 서로 헐뜯으며 반목만 해서는 발전을 이룩할 수 없다. 특히 지역출신 인재를 길러내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타지역에 앞설 수 없다. 대형 사업을 유치하는 것도, 많은 예산을 끌어오는 것도, 지역의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모두 지역 출신 인재들이라야 해낼 수 있다. 정치, 경제, 문화예술 분야는 물론 언론, 교육,군 등 사회 각분야의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야 말로 노신사가 바라는 일이며 미래 경주 발전도 담보 할 수 있는 길이다. 어려운 이웃도 많지만 장학회를 찾아 기부한 노신사의 뜻을 곱씹어 볼 때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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